방송인 하리수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웬디 셔먼은 미국 국무부 2인자로 한반도 전문가로 통한다.
김정은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한국 언론에서 북한에 관한 (믿기 어려운) 보도를 내놓는다. 그럼 외신들이 '한국에서 이런 보도가 나왔다'며 인용 보도한다. 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믿기 어려운 내용이었던 것이 해외에서도 보도됐다는 사실로 인해 점차 신빙성을 얻는다. 대중매체 연구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메아리방(echo chamber)'에 비유한다. 폐쇄된 방 안에서 소리는 메아리를 만들면서 점차 증폭된다. 그리하여 북한에서는 죽은 사람이 부활하여 돌아오는 기적이 여러 차례 실현됐다. 음란물을 유포하여 총살당했다던 현송월, 국정원이 처형됐다고 했던 리영길이 근래의 대표적인 사례. 여기까지는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
클린턴의 초강경 대북정책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압박 일변도 대북정책으로 북한 정권이 붕괴되고, 그에 따라 핵 문제도 자동으로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북한 핵 문제와 씨름해온 지난 25년의 역사는 그런 기대가 헛된 꿈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재와 압박으로 금쪽같은 시간을 보내다 한국과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이 눈앞의 실체적 현실이 되는 '진실의 순간'과 맞닥뜨리게 될까 걱정이다. 트럼프가 지진이라면 클린턴은 태풍이다. 누가 돼도 우리에겐 큰 도전이다.
중국이 계속 힘을 키워가고 미국이 이를 견제하려는 구도가 지속되는 한 미국과 일본의 이런 전략적 이해관계는 강화되면 됐지 약화되진 않을 게 분명하다. 미국과 일본은 여기에 우리나라도 함께 들어와 스크럼을 같이 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외교는 미-일의 이런 전략적 요구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역사 문제를 내세운 도덕적 대응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우리 외교가 실패했다고 한다면, 바로 이 지점에서의 실패다. 지금은 대통령부터 나서 머리를 싸매고 작동할 수 있는 제2기 외교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런 판에 마치 가보지 못한 나라들 골라 유람하듯이 중동으로 남미로 날아다니는 대통령을 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박근혜 정부 2년을 되돌아보면, 외교적으로 어느 하나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을 찾기 어렵다. 단지, 원칙을 높이 내건 채 상대가 그에 맞춰올 때까지 기다리는 '천수답 외교'를 펼쳐왔을 뿐이다. 설거지를 하지 않는 바람에 접시도 깨지 않는, 운동경기에 비유하자면 나의 득점이 아니라 상대의 실점에 의존하는, 비가 오고 나서야 비로소 삽을 들고 나서는 방식으로 일관해왔다고 할 수 있다. 북한과 일본 정책이 대표적이다.
전후 70년이 되도록 동북아에서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일본의 패전 처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은데 있다. 일본은 패전국이면서도 영토를 상실하거나 막대한 배상금을 짊어지지 않았다. 최고지도자였던 천황의 책임도 불문에 부쳤다. 매우 관대한 패전 처리였다. 패전국 일본이 국제사회에 복귀하는데 두 가지 전제가 있었다. 도쿄재판과 평화헌법이다. 도쿄재판으로 상징되는 불철저한 패전처리에 대해 관계국들은 불만을 가졌지만, 군사력의 보유를 포기하는 평화헌법이 있어 균형을 잡아 주었기에 납득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며 평화헌법을 사실상 형해화하고 있다.
"민족감정은 여전히 악용될 수 있고,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런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 몇번 곱씹게 되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말이다. '값싼 박수', '도발'과 같은 자극적인 용어는 누굴 향한 것인가? 과거를 부정하는 일본을 꾸짖는 중국과 한국의 정치지도자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 말고 누구이겠는가? 졸지에 이 지도자들은 값싼 박수나 받는 도발자가 되고 말았다. 반면 일본의 아베 총리는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품격 높은 지도자가 되었다.